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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평화센터 주요사업 6.15 남북정상회담 기념식(6.15 13주년 기념식)


개회사
 
   
   
 


미국은 한반도 평화에 대해 일정 수준 모순된 전망을 늘 유지해 왔습니다. 사실 맥아더 장군이 지휘한 유엔군 사령부(UNC)는 1950년 한반도를 ‘자유 진영’의 품에 거의 안겨다 줄 뻔했습니다. 또는 중공군이 개입하여 북한 지역을 차지하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이승만 정권이 이끌던 한국 정부도 평화의 대가로 제시된 분단에 격렬하게 반대했습니다. 북한의 김일성도 한반도 분단에 대해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미군이 전쟁에 개입하기 전까지는 북한도 한반도를 거의 수중에 넣을 뻔했기 때문입니다.
한반도에 외세가 개입한 지난 수십 년간 동북아 안보와 경제 환경에 큰 변화가 있었음에도 이런 모순적 태도는 여전히 느낄 수 있습니다. 한반도 휴전 협정이 체결된 지 60년을 축하 또는 애도하면서, 휴전 협정에서 약속했던 ‘정치 회담’이 실현되지 않는 이유, 평화 조약을 체결해서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가 수립되면 미국이 분명 이익을 누릴 수 있어도 미국 정부가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이유를 알아보면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본 글에서는 평화 수립 과정, 평화 수립으로 미국이 누릴 편익, 미국이 평화 수립을 위해 지불해야 하는 대가를 살펴보겠습니다.

평화 수립 과정

한반도에서 평화를 수립하는 과정은 어떻게 진행될까요? 단기간 과정, 중기간 협상, 장기간 평화 체제는 어떤 모습일까요? 직접 당사자(남북한, 미국, 중국) 및 관련 당사자(일본, 러시아, 유엔)의 역할과 책임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평화 수립 일정을 어떻게 현실적으로 설정할 수 있을까요? 이러한 질문은 추측에 근거하고 매우 복잡하지만 평화 과정의 틀만이라도 잡아서 평화 수립의 비용과 편익을 측정할 수 있는 기초로 삼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방법 중 하나로 평화 수립 절차, 평화 조약을 체결하기 위한 협상, 평화 체제 유지와 관련해 논의해 볼 수 있습니다.
평화는 신뢰가 조성되어야 존재합니다. 신뢰를 구축해야 적대감을 평화로 전환시킬 수 있고, 평화가 수립되면 신뢰를 더욱 튼튼하게 구축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신뢰와 평화의 선 순환 구조인데 쉽게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반면 타성적인 불신과 적대감은 끊임없이 선 순환 구조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미국이 한반도 평화 문제를 단기간에 진척시키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난이도에 따라서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으로 북한과 정치적 대화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하필이면)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최근 북한과 대화에서 유지해야 할 비밀을 드러냈습니다. 북한과 대화할 사람을 보내라는 것입니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북한과 대화에 극도로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첫 대북 정책으로 임명된 스티븐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북한 방문이 1회(2009년)에 불과하고 글린 데이비스 현재 특사는 북한을 방문한 적이 없습니다. 보즈워스 대표와 데이비스 특사 모두 뉴욕, 제네바, 베이징에서 열린 '윤일의 거래'에 참석했지만 북한이 2012년 4월 인공위성을 실험 발사하자마자 회담장을 떠났습니다. 미국 국가안정보장위원회(NSC) 소속 관료가 작년 4월과 8월에 북한을 비밀리에 방문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고 존 케리 국무장관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내용을 봐도 북한과 대화를 시작하는 데 어느 정도 고충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적 채널을 열어놓고 유지하겠다고 굳건하게 다짐하면 신뢰는 아니더라도 목표를 더욱 잘 이해하는 과정을 훌륭하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보다 공식적인 평화 수립 절차는 6자회담의 지지하에 동북아 평화와 안보 체제에 관한 워킹그룹이 활동을 재개하도록 미국이 격려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6자회담을 재개(또는 소생)할 수 있는 뒷문을 열어놓고 미국이 진지하게 평화를 생각한다는 신호를 북한에 분명하게 전달하며, 평화 수립 과정에 필요한 회담에 러시아와 일본도 포함됨을 보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은 6자회담 워킹그룹을 이용하거나 직접 북미 관계 정상화에 관한 회담을 제안해서 신뢰를 구축할 수도 있습니다. 관계 정상화 없이 평화는 불가능하므로 정상화 절차에 관한 대화는 평화 조약 협상에 필요한 기반을 다지고 미국이 평화 조약을 진지하게 고려한다는 점을 북한에 전달하는 계기가 됩니다.
이러한 정치적 조치 외에 미국은 ‘전쟁 준비는 중단하고 일상으로 복귀하자’는 제안을 통해 평화 구축에 필요한 신뢰와 계기를 마련해서 북한 경제 개발, 관계 정상화, 통합을 지원하는 유례 없는 조치를 취할 수도 있습니다. 이에 필요한 조치는 선택적인 제재 조치 해제, 제재 조치 유예, 제재 조치 ‘해제’ 규칙(최근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의 제안) 및/또는 북한에 개발 원조를 지원하는 긍정적인 행동 등 여러 형태로 시행될 수 있습니다. 김정은이 강조하는 ‘경제 건설’에 부합되도록 NGO의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여 시행할 수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군사적 신뢰 구축 조치를 취해서 평화에 필요한 신뢰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북미 군사 당국 간 대화, 유해 발굴 재개, 북방한계선 인근에서 추가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해상 평화 협약 제안 및/또는 군사 훈련/무기 실험 중지 등 다양한 방법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평화 구축 조치를 취하면 실질적인 평화 조약 체결을 위한 힘든 협상 과정을 시작해서 유지하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며, 평화 이니셔티브의 초석이 될 것입니다. 여기에서 1953년 6월 27일 체결된 휴전 협정 중 4조의 내용을 상기해 볼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한국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보장하기 위하여 쌍방 사령관은 쌍방의 관계 제국 정부에 휴전협정이 조인되고 효력을 발생한 후 3개월 내에 각기 대표를 파견하여 쌍방의 한급 높은 정치회담을 소집하고 한국으로부터의 모든 외국군대의 철수 및 한국문제의 평화적 해결 등의 문제들을 협의할 것을 이에 건의한다.”(군사정전협정 제 4조 60항)

휴전 협정이 체결되고 3개월이 지난 지 한참 되었습니다. ‘평화적 해결’을 위한 ‘정치회담’을 한참 전에 개최해서 평화 조약을 위한 협상을 시작했어야 합니다.
평화 조약 협상의 전망을 추측하기도 힘든 이유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바로 협상 테이블에 누가 앉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중국은 6·25전쟁에 ‘인민의용군’의 형태로 참전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중국은 평화 조약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이 없을까요? 미국도 유엔군 사령부의 지침을 따라 치안 활동의 일환으로 전쟁에 참전했기 때문에 문제가 됩니다. 그렇다면 미국이 아니라 유엔이 평화 조약 협상에 참여해야 할까요? 전쟁 당시 파병했던 모든 유엔 회원국 대표가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할까요?
더욱 문제가 될 수 있는 사항은 휴전 협정 체결 당시 한국이 서명을 거부했다는 점입니다. 사실 당시 한국 정부는 협정 체결이 체결되지 않도록 협상 최종 단계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에 북한의 김일성과 중국의 펑더화이는 마크 클라크 장군에게 “유엔군 사령부가 한국 정부와 군대를 제어할 수 있느냐?”라고 질문할 정도였습니다. 제어할 수 없다면 이승만파 인사들이 휴전 협정에 참여했을까요? 그들이 참여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한국이 휴전 협정을 준수할 것이라고 보장할 수 있었을까요?(Vatcher, 195-6) 아마 북한은 누가 평화 조약을 체결하느냐 하는 이 질문보다 처음부터 절차적 장애를 걸고 넘어졌겠지만, 기술적 문제와 유엔군 사령부와 중국 인민의용군 같은 허구적 요인보다 이성이 우선할 것으로 희망할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또한 전쟁 당사국인 남북한과 중국, 미국이 서로를 ‘평화적 해결’ 도출이 필요한 당사국으로 인식할 것으로 희망할 만한 이유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평화 체제 유지의 문제가 있습니다. 실제 평화 조약은 문서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평화 조약이 담긴 종이에 서명하면서 사람, 무기, 국경을 포함하는 새로운 환경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휴전 협정으로 군사정전위원회(MNC), 중립국감시위원회(NNSC), 비무장지대(DMZ)가 만들어진 것처럼 한반도 평화 조약이 체결되면 평화를 시행하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새로운 평화 체제를 건설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휴전 협정 회담 당시 미국 측 대표들은 ‘2조 정화 및 정전의 구체적 조치’에서 “휴전 협정의 조건들을 이행하기 위한 감시기관의 구성, 권한, 책임 등 휴전 및 휴전 협정을 한반도에서 실현시키는 데 필요한 구체적 조치”(Vatcher, 43)를 “협정의 핵심이자 미래를 여는 열쇠”로 인식했습니다(Vatcher, 89-90).
평화 조약의 핵심 요소는 DMZ 주변의 군대 철수입니다. 평화를 검증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38선 남북한 모두 준수하도록 만드는 것도 방법입니다. 지상의 평화 유지에 더해 하늘의 평화를 유지하는 체제도 필요할 것입니다. 가장 창의적인 요소는 남북한 공동의 공간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입니다.
평화는 바다에서도 유지되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서해는 휴전 협정에서 취약한 연결 고리인 듯하며 지난 20년 간 남북한이 유혈 충돌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휴전 협정 협상 기간 동안 미국은 해상 국경과 분쟁 중인 섬들은 협상 의제에 포함시키지 않아서 북한이 상기 2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반대 제안을 끌어냈습니다. “본 정전협정이 효력을 발생한 후 10일 이내에 상대방은 한국에 있어서의 후방과 연해도서 및 해면으로부터 그들의 모든 군사역량 보급물자 및 장비를 철거한다. 만일 철거를 연기할 쌍방이 동의한 이유없이 또 철거를 연기할 유효한 이유없이 기한이 넘어도 이러한 군사역량을 철거하지 않을 때는 상대방은 치안을 유지하기 위하여 그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어떠한 행동이라도 취할 권리를 가진다(Vatcher 91-92).” 당시 배석했던 미국 측 기록관은 “유엔군 사령부는 북한의 여러 연안 섬들을 장악한 상태였다. 교전 중 하늘에서 해상으로 향하는 구출 작전에서 중요성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라고 추가했습니다(Vatcher 92). 따라서 평화 조약에 해상 국경을 설정하고 평화 체제를 수립해서 서해를 무력 충돌 지역이 아닌 협력 지역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수일 것입니다.

평화의 편익

상기 설명한 평화 설립 과정에는 막대한 외교적 자본이 필요합니다. 미국은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을까요? 평화가 미국에 이익이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미국의 전통적 입장에서 보면 평화의 잠재적 이익에 대해 “어떻게 비핵화 과정을 진전시킬 것인가?”하는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미국의 대북 접근 방식에서 비핵화가 가장 중요하냐 (최근 데이비스 특사도 가장 중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하는 문제와는 별개입니다. 쉽게 설명해서 좋든 나쁘든 미국이 볼 때 ‘북한’은 ‘핵 위협’과 동일합니다. 따라서 미국의 관점에서 평화의 편익을 평가할 때 핵 문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다행히 한반도 비핵화를 현실적으로 꿈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평화 구축 과정에 있다는 강력한 주장이 있습니다. 이성적으로 판단했을 때 북한이 안보 보장 없이 핵 억지력 포기는 고사하고 핵 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할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이는 2005년 6자회담 후 발표한 9·19 공동성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서, "직접 관련 당사국들은 적절한 별도 포럼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가질 것이다."라고 확인했습니다. 북한도 6·25전쟁을 종결시킬 평화 조약의 구성 요소인 ‘항구적 평화 체제’가 마련되지 않으면 비핵화가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미국에 상기시켰습니다. 평화 조약과 평화 체제를 마련하지 않고 강경책, 또는 유인책만으로 북한이 핵 억지력을 포기하도록 설득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미국 정책 결정자들의 희망 사항일 뿐입니다.
점진적인 비핵화는 차치하고라도 평화 과정은 다른 편익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평화는 미국 경제와 긴밀하게 관련된 지역의 경제적 리스크를 대폭 감소시켜서 경제 성장을 유도할 것이며, 그 결과 미국 기업과 소비자가 다양한 형태로 편익을 누릴 수 있습니다. 미국 국방부조차 국방 예산을 대폭 삭감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한 시점에서 한국에 대한 안보 보장과 지원이 덜 필요하기 때문에 미국이 동북아 지역에 지출하는 국방비도 감소할 것입니다.
외교적으로 보면 북한과 평화적 해결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미국은 중미 관계에서 지속적인 문제를 유발시켰던 북한이라는 요인이 사라지면서 경제, 기후 등 세계적으로 우선순위가 높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위기 발생 시 미국이 항공모함 파견 이상의 능력이 있음을 증명할 수 있다면 동북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위상도 크게 향상될 것입니다. 한반도 충돌의 근본 문제를 해결하고 동북 아시아 평화에 기여함으로써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판 먼로 독트린을 고수하고 있으며 ‘중심축’은 부상하는 강대국으로 인한 도전에 직면한 패권국이 벌이는 파워 플레이에 불과하다는 인식에도 강력하게 반박할 수 있을 것입니다.

평화의 대가

미국의 안보, 번영, 위상 등 한반도의 ‘평화 배당금’으로 누릴 수 있는 편익은 엄청납니다. 하지만 평화와 함께 지불해야 할 비용은 무엇일까요?
미국이 감당하기 어려운 첫 번째 비용은 대북 정책의 우선 목표, 즉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성취할 때까지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점입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대북 접근 방식을 ‘전략적 인내’로 묘사해 왔지만 사실상 미국의 대북 정책의 기본 논리는 인내심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북한의 억지력에 관한 협상을 진행할 때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칼로 자르듯이 ‘그랜드 바게인’ 또는 ‘빅 패키지’ 방식으로 해결하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정부 관료들이 공식적으로 부인하지만 북한 정권이 갑자기 붕괴하는 시나리오는 정책 결정자나 전문가들 사이에서 확산되어 있습니다. 북한 정권의 붕괴는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를 ‘빠르게’ 이룩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 정권이 붕괴한다는 전제하에서 시행하는 다양한 정책 수단–제재 조치 의존, 협상 회피, 심지어 중국 등 지역 동맹국과도 원한다면 ‘긴급 사태 계획’ 논의–은 미국 정부의 의지에 불과함을 알 수 있습니다.
평화를 수립하기 위한 접근 방식은 비핵화를 달성하는 지름길을 거부합니다. 결국 평화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볼 때 비핵화는 안보 불안의 증상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상당한 수준의 체제 안전을 보장 받기 전까지 북한이 핵 억지력을 포기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미국의 CVID 정책은 기나긴 평화 수립 과정의 결과입니다. 분명히 평화 수립 초기 단계에서부터 신뢰와 협력이 증가하면 비핵화 과정이 시작될 것이며, 시크 헤커 박사가 이야기한 ‘3금지(폭탄 추가 생산 금지, 폭탄 성능 개선 금지, 폭탄 수출 금지) 원칙’도 초기부터 준수될 것입니다. 하지만 CVID 정책은 평화 수립 과정에서 후반기에나 실현될 것입니다. 다시 말해 북한에 플루토늄이나 우라늄이 없기 훨씬 전부터 미국은 많은 중요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미국 대통령 입장에서 이는 ‘삼키기 어려운 약’처럼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두 번째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으로, 미국은 평화를 수립하려면 북한을 인정해야 합니다. 미국은 오랫동안 북한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판문점에서도 미국 국무부는 사령관들이 대신 협상하도록 지시했습니다. 국무부가 협상하면 정치적으로 북한을 인정한 것을 의미할 수 있고 미국 정부는 이에 혐오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Acheson, TheKoreanWar,121).중국도 수십 년간 한국에 동일한 정책을 채택했지만 1992년에 입장을 변경해서 한국과 관계를 정상화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단호하게 북한과 관계 정상화를 거부했습니다. 북한에서 ‘갑작스런 위급 사항’이 일어날 것으로 미국이 생각하는 것은 북한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던 옛날을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평화 수립 과정에서 미국은 현실을 완전히 수용하고 북한의 정당성을 인정해야 합니다. 물론 북한은 트럼펫을 불면서 축하하는 반면, 미국은 기껏해야 어색한 기분이 들거나 치욕적인 기분이 들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평화를 수립하려면 미국은 한국과 유지하고 있는 동맹 관계와 동북 아시아 지역에서 지위를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합니다. 결국 한미 동맹 조약은 이승만이 휴전 협정에 (미온적으로) 항복하는 대가로 체결되었기 때문입니다(Acheson, KoreanWar,150).휴전 협정이 실질적인 평화 조약으로 전환된다면 한미 동맹의 근본적인 성격에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국이 상기 언급한 군사적 신뢰 구축 조치를 취하면 미국 국내외 강경론자들은 미국이 약하다는 점을 인정하는 신호라고 비판할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이 평화 수립의 과정에서 미군 일부 또는 전체를 철수시킨다면 한국을 제외한 아태 지역, 특히 일본에서 미군의 지위에 대해 불편한 질문을 던져야 할 것입니다. 한반도 비핵화의 과정으로 미국이 한국에 대한 핵 우산 정책을 ‘중단’하기로 결정한다면 일본도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중국의 부상에 대비, 일본의 ‘정상’ 군사력 보유 방지 등 억눌려왔던 동북아 지역 안보에 관한 의제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한다’는 속임수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을 것이며, 공개적으로 논의되거나 폐기(또는 새로운 속임수 설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북한의 위협이 없는 상태에서 미국이 동북아 지역에서 동맹 관계를 유지하고 역할을 재정의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성공리에 협상을 진행하려면 양측은 비용이 편익을 초과하는 조건을 찾아서 해결해야 합니다. 북한을 바라보는 미국 내 주류는 평화 수립 과정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듯합니다. 미국은 북한과 어떤 형태로든 협상하려는 욕구가 매우 부족합니다. 여기에서 미국은 비용이 편익을 초과하는 것으로 계산함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이런 분석 결과를 통해 미국이 협상을 거부하는 주된 원인은 미국 국내 정치 상황을 볼 때 대북 포용 정책을 채택하면 현직 대통령과 대통령의 야심 찬 고위 관료에게는 분명 위험이 되는 반면, 그 편익의 상당 부분은 미래의 정권에게 돌아갈 것이며, 중간 단계에서 정치적으로 보호해 주거나 장기적 목표를 달성하도록 정치적 합의를 유지하기 위한 ‘로비’도 사실상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이 한반도의 평화 수립 과정을 주도할 가능성은 꽤 낮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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